2월 24일 민족의학지 인터뷰
사당한의원  
[한의학은 나의 삶45話] 김종덕 사당한의원장



농학과 한의학을 접목하는 名講師
“한의학은 고차원의 문화적 산물”
고서에서 전통 찾기에 열정 쏟아

농학전공 출신의 김종덕(43·서울 동작구 사당한의원) 원장이 한의사로 살아온 지 10여년이 흘렀다. 본시 몸이 약한 탓에 몸을 치료하는 재야의 한의학 실력자와 인연이 닿았고, 사제의 연을 맺고, 나아가 진로를 바꿔 한의사로 살고 있다.
현재 의학이 서양 식품영양학과 생명공학, 현대 농업기술과 이웃하고 있는 것처럼, 과거 농학과 의학도 인접학문으로 서로 의지하며 발전했다.

김 원장은 자신의 전공이었던 농학 지식을 십분 발휘, 철저한 고증작업을 통해 식품재료인 농산물의 한의학적 가치를 평가, 정리하고 있다. 그 이유는 이 땅의 한의학과 농학이 바로 세워지고 제대로 평가받아 지기를 강하게 소망하기 때문이며, 이 과정에서 문헌적 고찰이 필수적으로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 전통문화의 우수성은 서양의학을 뛰어넘는 고차원의 문화”라고 확신했다.

■ “정시 출근 않는 농사꾼이 되고 싶어”

김 원장의 어린시절, 당시 나고 자란 충남 공주에서 아이들은 학교수업을 마치면 서당으로 뛰어가 한학을 배우는 분위기가 자연스러웠다. 김 원장도 마찬가지로 아이들과 어울려 서당에서 가르침을 받았다.

한편 교편을 잡고 있던 부친 밑에 4남매 중 막내로 자란 김 원장은 어린시절부터 몸이 약해 뱀술, 오가피주, 고양이 등 말 그대로 민간요법을 몸으로 체험하며 살아야 했다. 때문에 서울대 농대 농생물학과를 선택한 이유는 ‘정시에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직업’이라는 “단순한 계산”에 의해서였다고 했다. 4남매가 모두 서울대를 입학, 형·누나가 의대·문리대·공대를 진학한 관계로 새로운 분야를 선택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고 한다.

81년 입학 당시 대학의 분위기는 학생들의 노동운동과 농민운동이 힘 있게 전개되고 있었다. 그의 고민은 농민의 권익을 향상하기 위해 운동하는 당시의 시점에서 나아가 향후 무엇이 농민의 미래를 세울 수 있을까로 이어졌다.
동시에 농학이라는 학문자체에 의문점이 고개를 들었다. 학문의 내용이 전통의 것은 찾아볼 수 없는 상태로, 일제시대 이후 수입된 학문만을 교육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그는 석굴암을 예로 들었다. 석굴암의 가치는 전통의 수학적 원리가 적용된 건축물로 높게 평가된다. 피타고라스의 정리, 원주율 계산법 등 모두 서양의 것만을 배우고 그래서 그들의 것이 더 우월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피타고라스와 같은 개념만 해도 같은 개념의 ‘勾股弦의 정리법’은 역사적으로 훨씬 앞서 있다. 석굴암은 서양보다 앞선 수학적 개념들이 이미 건축물에 적용됐다는 역사적 증거이다.

비단 수학 뿐 아니라 의학, 사회학, 정치학 등 모든 전통 학문에 대해 제대로 된 인식과 평가가 없다.
이때부터 농학 고서를 뒤지는, 전통에 대한 탐구가 시작됐다. 우리의 전통을 찾아가는 것이 또한 국내 농학을 곧추세우는 길이 될 것을 예감하면서….

■ 사상의학과의 만남

몸이 약한 그는 농학을 전공하면서도 유난히 한약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그리고 이때 사상의학을 하는 재야 한의학자를 만나게 됐다. 서울대 졸업 후 87년 경희대 한의대에 입학했다.
스승에게서 그는 밥 짓고, 청소하는 법부터 배워나갔다. 매일 먹는 밥이지만 밥을 짓는 시기의 기온과 장소에 따라 또 밥 먹는 이가 어떤 사람이고, 몸상태가 어떻느냐에 따라 밥 짓는 법이 달라진다. 이것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같은 처방이라도 다른 조합으로 만들어 주는 한의학의 원리이기도 하다. 이 방법은 그에게 찾아와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도 전수되고 있다.

그는 한의학을 하는데 있어 기계화, 수치화도 중요하지만 ‘감각’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외계인에게 남녀의 차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사람의 외관을 보면 남자같은 여자, 여자같은 남자도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사람의 뒷모습, 앞모습에서 풍기는 성적 특성으로 남녀를 구분할 수 있다. 사상을 판단할 때도 맥의 부침지사나 부분적인 진단법으로 파악하는 것은 낮은 수준이요, 감각으로 파악하는 것이 보다 고차원의 수준이라고 했다.

낮은 단계에서는 도식적인, 기계적인 접근을 할 수 있을 뿐이지만, 고차적인 것은 오히려 감성적이다.
예컨대 색깔에 대한 언어를 살펴볼 때, Red와 관련해서는 빨강 뿐 아니라 붉으스름, 시뻘건, 홍색, 선홍색 등 다양한 언어가 있듯 우리는 다양한 언어, 즉 세분화된 감각과 인식이 있다.

이러한 우수한 감각을 바탕으로 발달된 한의학과 이를 아우르는 전통문화는 훨씬 앞선 것이라는 지론이다.
김 원장은 “과거 우리 학자들은 심성이라는 단일논쟁을 몇백년에 걸쳐 했습니다. 이런 대단위의 심도깊은 논쟁은 어디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죠. 이 과정에서 동의보감과 심성학이 융합, 발전한 것이 사상의학입니다”라는 사상의학에 대한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다.

■ 國譯 ‘식료찬요’ 등 펴내

그는 최근 부경대에서 연구용역을 맡아 ‘한의학에서 바라본 농산물(1)’<사진>을 냈다. 이전에는 농촌진흥청의 연구로 ‘국역 식료찬요’(2004)를 냈고, ‘국역 증보산림경제’(2004)의 감수를 맡기도 했다.
논문으로는 ‘麥類의 춘화처리에 대한 사상의학적 고찰-농가월령을 중심으로’(1998), ‘사상식품론에 대한 기초자료’(2000), ‘태음인 소화를 도와주는 식품에 대한 연구’(2003) 등이 있다.

그의 작업은 농업과 한의학을 하나로 잇는 것인데, 이를 고증하는 작업은 국문학, 언어학, 역사학 등 관련학문을 모두 동원해 꼼꼼히 문헌을 확인하는 것이다.
麥芽는 식품이기도 하지만, 한의학에서는 식체를 내려주고 산모의 젖을 말리는데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통 엿기름, 발아된 보리라고 알려져 있는데 고서에서 맥은 처음에는 밀이었으나 밀(小麥)과 보리(大麥)를 동시에 의미했고 따라서 시기에 따라 해석도 달리해야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麥의 의미를 밝혀내는 데 참고한 고서는 18권. 당시 의서는 물론이고 농서, 자전 등 관련된 모든 책을 뒤져서 종합해 일목요연하게 의미를 정리해 내는 것이다.
그는 麥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춘화처리’에 대해 설명했다. 가을에 심어야 하는 일부 맥류는 봄에 심을 경우 꽃대가 나오지 않아 열매가 열리지 않는다. 이때 저온처리를 해주어 열매를 맺게하는 것이 춘화처리인데, 이러한 방법은 서양에 비해 300년 앞선 ‘농가월령’(1619)에 명시되어 있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덤으로 일러줬다.

食藥同源이라, 농학과 농산물 그리고 한의학이 모두 같은 이치에 의해 생각되어지고 서술되어 있는 고서를 통해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정확한 내용을 전달하는 것은 한의학을 바로 세우는 중요한 초석이 된다. 아울러 우리 농산물의 우수성을 확인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기도 하다.
그는 “특히 한의학과 상당부분 맞물려 있는 농학에 대한 지식을 우리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개인자격으로 이런 연구를 진행시키는 데 어려움이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중단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한복을 입은 그의 한의원은 일주일에 3일만 환자를 진료한다. 약값은 십년전 약값이고, 진료일수도 적은 그의 여유로운 모습이 특이한 것도 사실이다.
진료 외의 날에 그는 자신의 연구를 하고, 순천향대와 사이버대학 등 그가 필요한 곳에 달려가 강의를 한다.

한국자치발전연구원이 지방정부 주민, 공무원, 의회의원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교육과정에서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종덕 원장은 400여명의 유명강사진 중에서도 지명도가 높다. 연구와 함께 강의에 열심인 것은 한의학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싶은 마음에서이다.
그의 진료실 한쪽에는 수백개의 종이뭉치들이 쌓여있다. 대학에서 학생들이 제출한 리포트인데, 여기에는 사상의학과 관련된 각 전공자들의 아이디어가 들어있다.
그에게 이는 곧 대중에게 한의학을 교육시키는, 높은 홍보효과를 높일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준다고 했다.

■ 한의사들 더 많이, 다르게 공부해야

강의일정, 연구일정으로 바쁘게 생각되는 그이지만, 의외로 여유있는 모습은 시간을 아껴쓰기 때문이라고.
“돈 생각하면 이렇게 못 살죠. 적당하게 쓰고 살면 부족할 것 없습니다. 진료일을 줄이고, 저녁 약속은 대개 술자리로 이어지지만 가능한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저녁식사는 될 수 있으면 집에서 먹고 공부를 하죠.”

그는 한의사들이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상에만 집중하다 보면 깊이가 있을지 모르지만 한 곳에 매몰된다. 보편성이 떨어진다는 것. 한의학에 중요한 ‘감각’을 위해 여러 방면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공부해야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사상체질의학회 학회인정의이사인 그는 학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인정의’ 제도에 대해 다른 해석은 필요없다는 듯 “한번하고 받아놓으면 그만인 자격증이 아니라, 계속 열심히 공부하는 사상의학인을 인정한다는 의미이고, 공부를 독려하는 것이 주요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한의학의 중요한 부분인 농학의 가치를 잘 알고 있는 이상 공부와 연구를 계속하고, 많은 이들에게 알리겠다는 그는 전통문화, 전통의학에 대한 강한 애정을 나타냈다.
아내와의 사이에 5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오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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